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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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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팡이 | 2013.07.30 09:05 | 조회 11949

     

    이민 사회에 꽤 알려지고 좋은 평을 가지고 살아가는 분과의 대화입니다. "목사님 지난날을 생각해보면 난 참 수많은 실패를 하며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실패들을 통해 지금 이곳에 있게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결국, 실패가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이죠."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분의 이야기를 자세히 할 수 없지만, 그는 전도유망한 법학도였고, 장래가 보장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 변호사 시험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공부를 하기 위하여 원서를 넣은 학교에서 장학금을 줄 터이니 오라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계획을 접고 서부 끝에서 동부 끝 워싱턴DC로 날아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곳에서 삶의 터를 이루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미력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로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생각, 다른 사람을 세우는 삶을 살려고 한다는 고백을 들었습니다. 대화 중에 곰곰 생각해 봅니다.

     

    저에게도 수많은 실패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목회자가 되기 전에 세상에서 경험한 실패들, 목회자로 부름 받고 난 후에 성급한 판단과 행동들로 인한 실패들, 신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강도사 고시에 실패했던 시간, 미국으로 유학을 오게 됐던 일들, 개척하면서의 실패들, 아니 지금 생각할 수 없는 개인적인 만남과 관계 속에서의 실패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생각해보니 나 또한 수많은 실패의 순간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패가 때로는 나에게 아픈 상처가 되고, 고통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이 실패를 통해 더 큰 성숙을 누릴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일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신약 성경 누가복음에 보면 가장 자신 있었던 제자 중 한 분의 실패를 집중적으로 다룬 곳이 있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수제자였고, 특별제자였으며, 주님과 함께 죽기로 작정한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이 겟세마네 동산에서 잡히시던 날 밤, 그는 주님을 두고 도망을 갑니다. 도망만 간 것이 아니라 그를 보며 주님과 한패가 아니냐는 여종의 질문 앞에 세 번이나 '모른다' 부인하는 실패를 경험합니다.

     

    물론 그의 실패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고, 주님은 그의 실패를 깨달을 수 있도록 사인까지 일러주셨습니다. 그는 실패했습니다. 가장 신뢰를 주어야 하는 자리에서 저주하는 자리로 곤두박질 처지고 만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말씀을 읽노라면 가슴 따뜻해지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주님은 험한 고문을 당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사랑하는 제자의 실패 앞에서 그를 바라봐 주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눅22:61)

    절망의 눈빛이었을까요? 실망과 불신 가득한 눈이었을까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연민과 사랑의 눈빛이었습니다. 위로의 눈빛, 격려의 눈빛이었습니다. 오히려 격려를 받고, 위로를 받으셔야 할 자리에 계신 주님이 실패하여 세상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제자 베드로를 사랑 가득한 눈으로 바라봐 주시는 것입니다.

     

    그 눈빛을 본 베드로는 더는 실패의 자리에 있을 수 없었습니다. 일어났고 그 자리를 떠났다고 말씀합니다. 아마 베드로는 일평생 그 주님의 눈빛을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실패의 아픔이 떠오를 때마다 주님이 보내주신 그 사랑의 눈빛이 떠올랐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세상에서 실패하는 것만큼 신앙에서도 자주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살아갑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하루의 삶 속에서 혹은 지나온 시간 속에 부끄러움 없이 성공만 있었는지 말입니다.

     

    실패한 모습은 나를 성숙시키고, 실패한 나의 모습은 더욱 주님의 십자가를 완성 시키고, 주님께 가까이 가는 기회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마 지금 당신의 삶을 돌이켜 보면 앞서 고백했던 지인의 고백처럼 실패로 다듬어지고, 실패 위에 세워졌다는 것이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혹시 실패를 경험하고 계신 분이 있습니까? 분명한 것은 언젠가 이때를 추억하겠지만, 그보다 지금 실패하는 순간에도 주님은 나를 바라보고 계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주님과 눈 마주치고 실패의 자리에서 일어나는 흔적을 가지시게 되길 바랍니다. 그것이 지금의 실패가 미래의 가장 가치 있는 시간으로 만드는 길입니다. 왜냐하면, 주님의 그 눈빛이 반복적인 실패를 경험하지 않도록 붙드시는 힘이 되어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Ki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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